상장주식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대주주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여ㆍ야, 정부가 맞붙었다.
지난 20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유지하고 가족 합산 규정을 없애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영세ㆍ김병욱ㆍ김영식 등 같은 당 의원 15명과 함께다.
이들은 “대주주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과도한 양도세 부담과 함께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며 “특히 특수관계에 있는 자의 보유주식 등을 합산하는 규정이 지나치게 복잡해 납세자로 과세 대상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고 신고 의무를 이행하기 곤란하다”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기획재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낮춘다고 결정한 건 2017년 8월 2일 ‘2017년도 세법 개정안’ 때로 3년도 더 된 일이다. 뒤늦게 대주주 기준이 논란으로 부상한 건 시행 시점(2021년)이 코앞에 닥쳐서다. 현행 소득세법으로는 개별종목 주식을 코스피 1%(지분율 기준), 코스닥 2% 또는 10억원어치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대주주로 친다. 대주주 기준 안에 들면 주식을 팔아 번 돈(양도소득)에 세금이 붙는다. 정부는 10억원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3억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그만큼 과세 대상자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사실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바뀐다고 해도 총 과세 대상자는 9만3500명(하나금융투자 추정) 정도로, 전체 주식 투자 인구의 0.36%에 불과하다. 개인투자자가 걱정하는 건 세금도 세금이지만 양도세를 피하려 연말 ‘큰손’들이 주식 던지기(투매)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개인 수급이 약화되고 있는 요인은 대주주 양도세 이슈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2010년 이후 대주주 기준 변경은 총 5차례 있었는데, 그때마다 연말 대주주 지정을 피하려는 개인투자자의 매물 압력이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본인은 물론 배우자, 직계존비속 소유 주식까지 합쳐 3억원이 넘으면 대주주로 치는 가족 합산 규정까지 더해져 개인투자자의 반발을 키웠다. ‘현대판 연좌제’ 논란까지 일자 기재부는 한발 물러섰다.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가족 합산 방식을 인별 합산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도 홍 부총리는 대주주 기준 변경과 관련해 “일관성 있게 견지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며 번복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여당과 정부가 이렇게 머뭇거리는 사이 야당이 선공을 했다. 가족 합산은 물론 대주주 기준을 10억원으로 유지하는 개정 법안을 공식 발의하면서다. 물론 법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거대 여당의 입장이 모호한 데다, 정부는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추경호 의원은 “제대로 된 근거 없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3억원으로 바꾸면서 투매 등 연말 주식 시장 혼란이 예상된다”며 “증시 규모는 계속 커지는데 정부는 자의적으로 대주주 기준을 급속히 줄여가고 있는 만큼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재부는 가족 합산 규정은 내줬지만 대주주 3억원 기준은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3억원 기준을 폐기할 수 없다면 시행 시점이라도 늦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 진전은 없다.
대주주 기준을 놓고 여·야, 정부 입장이 갈리며 혼선이 거듭되자 ‘동학개미’의 분노만 더 가열되는 중이다. “대주주 3억원 (기준) 폐지 또는 유예에 대해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기재부 장관의 해임을 강력히 요청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21일 오후 현재 14만 명 넘게 동의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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