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자산운용사의 재간접펀드가 해외 사모펀드 투자액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8개월 동안 4조2000억원이 넘는 돈을 추가로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했다. 2018년말 4조2000억원 규모였던 재간접펀드 해외 사모펀드 투자액은 지난달말 9조2000억원이 넘었다. 국내 재간접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본인의 돈이 어디에 투자되는지 정확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일부 자금은 미국이 제재 중인 이란이나 아프리카에도 투자되고 있다.
재간접펀드는 펀드 자금을 다른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한다. 자산운용사들은 재간접펀드 펀드자금을 국내외 공모와 사모펀드에 투자하는데 해외 펀드에 투자할 경우 해외운용사의 현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해외운용사가 펀드 손실로 환매를 중단하면 국내 재간접펀드도 함께 환매중단되는 경우도 최근에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헤지자산운용(삼성자산운용 자회사)이 홍콩계 운용사 젠투파트너스(젠투)가 운용하는 펀드에 투자했다 400억원대의 환매중단이 발생했고, 이달에는 키움투자자산운용과 브이아이자산운용(옛 하이자산운용)이 영국계 ‘H2O자산운용’펀드에 투자했던 재간접펀드가 4600억원대의 환매중단이 됐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국내 운용사가 현지 펀드 운용상황을 직접 방문해 확인해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재간접펀드의 해외 사모펀드 투자 규모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연도별 국내 재간접펀드의 해외 사모펀드 투자금 규모를 보면 2016년말 2조2710억원(펀드 수 117개)이던 것이 2017년말에는 5조3857억원(152개)로 늘었고 2018년말(5조5억원·160개)에도 5조원 규모를 유지했다. 지난해에는 8조2127억원(199개)으로 투자규모가 8조원을 넘어섰고 올해 들어선 다시 1조원 이상 투자액이 늘었다.
자산운용업계에선 재간접펀드가 해외 사모펀드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있다. 국내 운용사들이 국내 자산 투자보다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미국 유럽 등 각국 부동산과 인프라펀드 등에 투자하는 사모펀드에 간접투자할 수는 있지만 투자자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제한적이어서 갑자기 환매중단을 결정할 경우 국내 운용사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볼 수 있어서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해외 사모펀드의 경우 일부 정보만 국내 운용사에게 제공하고 대부분은 과거의 트랙 레코드(수익률)에만 의존해 투자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내 운용사나 운용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사모펀드가 어떻게 투자하는지를 잘 알지 못하는데 이게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8월말 기준으로 국가별 해외 사모펀드 투자금액을 보면 미국이 3조1814억원으로 가장 많고 영국(1조7349억원), 유럽(5954억원) 순이었다. 대부분 선진국이지만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나 아프리카 등에도 수백억원씩 투자가 이뤄졌다. 이란에도 44억원이 투자됐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 사모펀드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국내 펀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대규모 환매중단을 당하지 않도록 감독당국과 운용사들이 좀 더 관심을 갖고 운용실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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