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계형 신용대출과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에 투자하는 ‘빚투’ 등이 혼재돼 신용대출이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가운데 온라인으로 클릭이나 터치 몇 번만으로 돈을 간단히 빌릴 수 있는 ‘온라인 비대면’ 신용대출 비중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돼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탓에 고객들이 비대면 거래를 선호하는 데다 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 차원에서 영업지점 오프라인 대출보다 더 낮은 금리를 비대면 신용대출에 적용하면서 갈수록 금융 소비자들이 온라인 창구로 몰린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 4대 시중은행은 지난 8월 모두 15만4432건, 5조3820억원의 신규 신용대출을 집행했다. 이 중 영업지점이 아닌 온라인 비대면으로 이뤄진 신용대출은 50.9%인 7만8612건이다. 대출 금액 기준 비대면 비중은 44%(5조3820억원 중 2조3670억원)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발발하기 이전인 지난해 12월엔 비대면 신용대출은 5만1202건, 1조1080억원으로 전체 월간 신규 신용대출(11만4770건·3조2450억원) 중 건수와 금액 기준으로 각 44.6%, 34.1% 수준이었다. 올해 들어 4대 은행에서 비대면 신용대출의 비중이 건수로는 6.3%포인트, 금액으로는 9.9%포인트 커졌다.
개별 은행에 따라서는 최근 비대면 신용대출 비중이 60∼70%대에 이른 경우도 많았다. 한 시중은행은 8월 신규 신용대출 3만9551건 중 71.8%(2만8394건)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금액으로는 1조3450억원 중 58.9%(7925억원)가 비대면 신용대출이었다.
비대면 신용대출이 ‘대세’로 자리 잡는 데는 코로나19 영향뿐만 아니라 낮은 금리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이 기존 시중은행보다 싼 금리로 비대면 대출 고객들을 대거 유치하자, 기존 은행들도 금리 조건이 유리한 비대면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방어에 나섰다.
4대 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 최저 금리는 영업점에서 판매되는 신용대출 상품보다 0.3∼1%포인트가량 낮다. 지난달 28일 기준 한 시중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대표상품의 최저 금리는 2.38%(1억원, 1년 만기 기준)로, 대면 신용대출 대표상품(3.41%)보다 1%포인트 이상 낮았다. 금리도 낮은 데다 대출 절차도 간소화하면서 비대면 신용대출 수요는 더욱 늘어난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의 경우 영업점 운영과 관련한 고정비용이 없고 필요 인력도 적기 때문에 신용대출 금리를 낮출 여력이 많다”며 “이 때문에 기존 시중은행으로부터 인터넷은행으로 대출을 갈아타는 수요가 많은데, 고객을 무방비 상태로 뺏기지 않으려면 전통적 은행들도 비대면 대출 상품에 금리 혜택을 늘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용대출의 급증세가 금융시장의 위험요소로 급부상하면서 금융당국은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지난달 25일 금융감독원에 신용대출 잔액 현황과 증가율 관리 목표 등을 제출한 바 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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