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서울 성동구 요기요플러스 용산허브 앞에 배달 오토바이들이 주차돼 있다. 2020.6.2/뉴스1 |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은 결국 ‘배달의민족 고객’을 얻으려면 ‘요기요 고객’을 버리라는 것이다. 한국 소비자는 배달앱 1개만 사용하는 경향이 있어 요기요와 배민 고객이 대부분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DH의 고민은 결국 배민과 요기요의 시장점유율 차이인 ‘배달앱 고객 30%’가 약 5조원(인수가격) 이상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 문제로 귀결된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서울 마포구 배민라이더스 중부지사에 배달 오토바이가 줄지어 서있다. 2020.4.6/뉴스1 |
공정위는 최근 공개한 ‘DH코리아의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에 대한 건’ 의결서(법원의 판결문에 해당)에서 “일반 소비자는 배달 음식 주문 시 특정 배달앱만을 이용하는 싱글호밍(single-homing)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해당 의결서는 지난 6월 공정위가 DH의 공정거래법 위반을 적발해 과징금 4억6800만원을 부과한 사안에 대한 것으로, 공정위가 배달앱 시장을 최초로 분석한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싱글호밍이란 한 이용자가 하나의 플랫폼만 선택해 이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고착(lock-in) 현상에 따라 1개의 배달앱만 사용한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소비자의 스마트폰에 배민과 요기요가 모두 설치돼 있어도 실제로는 둘 중에 하나만 이용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2017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82.2%가 “한 가지 배달앱만 사용한다”고 답한 것 등을 바탕으로 이런 판단을 내렸다.
공정위가 DH에 제시한 우아한형제들 인수 조건이 ‘사실상 불허’로 평가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배달앱 소비자가 겹치지 않기 때문에 DH는 요기요 매각 시 점유율 30%를 그대로 잃고, 배민 점유율 60%를 갖게 된다. 결과적으로 DH는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 우아한형제들 기업가치)를 투자해 배달앱 점유율을 30%에서 60%로 올리는 것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여러 배달앱을 이용하는 멀티호밍(multi-homing) 성향이 있어 요기요 고객이 상당 부분 배민 고객에 포함된다면 DH는 요기요 매각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
배달앱 ‘빅2’ 체제...공정거래법 전문가 “불허나 다름없어”[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서울의 한 요기요플러스 매장 앞에 배달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다. 2020.06.02. bjko@newsis.com |
공정위는 해당 의결서에서 배달앱 시장에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2015~2017년 기간 점유율 변화를 분석했을 때 1위 배민은 상승, 2위 요기요는 유지, 3위 배달통은 하락하면서 사실상 배민과 요기요의 ‘2강 체제’로 시장이 굳어지고 있다는 것. 시장은 DH가 30%에 달하는 요기요의 단단한 고객층을 버리면서까지 배민을 인수할 가능성은 크게 낮다고 본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들도 이번 공정위 결정이 불허와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배달앱 시장은 전통적 산업과 비교해 진입·퇴출이 활발하고 혁신이 계속 이뤄지는 ‘동태적(Dynamic) 시장’이다. 공정위가 독과점 문제만으로 인수를 전면 불허할 경우 “혁신을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이런 점을 고려해 사실상 불허 수준의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로선 혁신을 저해하는 기업결합 심사 선례를 남길 수 없고, 한편으론 독과점에 따른 폐해도 함께 고려해야 해 ‘요기요 매각’이라는 묘수를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위 심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DH의 우아한형제들 인수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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