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앞선 9월 반년 만에 1%대 상승률을 보였던 물가는 한달 만에 상승 폭이 0.1%로 뚝 떨어졌다. 역대 최장기 장마와 집중호우 여파로 채소와 과실 등 농·축·수산물 가격이 껑충 뛴 가운데 서비스와 공업제품 가격이 하락했다.
특히 임대차 3법 등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정책 '헛발질' 논란 속에 전·월세 등 집세 부담이 두달 연속 큰 폭으로 올랐다.
'경기 온도계'로 불리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1년3개월째 0%대를 기록했다. 날씨 영향으로 밥상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재확산 속에 낮은 국제유가 등으로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3일 통계청이 내놓은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5.61(2015년=100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0.1% 올랐다. 3월(1.0%) 이후 여섯달 만에 1%대 상승률을 기록했던 9월보다 0.9%포인트(P)나 하락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올 들어 1~3월 1%대 상승률을 보이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하기 시작한 4월 0.1%로 떨어졌고 5월에는 마이너스(-)0.3%로 지난해 9월(-0.4%) 이후 8개월 만에 0%대가 무너졌다. 소수점 둘째자리까지 따져보면 6월(-0.01%)에도 사실상 마이너스 물가를 보이다 7월부터 전 국민에게 준 긴급재난지원금이 제한적으로나마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상승세를 탔다.
8월 이후는 긴 장마와 태풍으로 말미암아 밥상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10월 물가를 품목성질별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13.3%)은 지난해보다 오르고 서비스(-0.8%)와 공업제품(-1.0%), 전기·수도·가스(-4.0%)는 내렸다.
농·축·수산물은 양파(70.7%), 파(53.5%), 토마토(49.9%), 국산쇠고기(10.6%), 돼지고기(10.0%) 등의 상승 폭이 컸다. 상추(-28.6%), 열무(-22.5%), 오이(-13.0%), 콩(-12.2%), 닭고기(-4.6%) 등은 가격이 내렸다.
공업제품은 석유류가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 경유(-18.3%), 등유(-14.8%), 휘발유(-13.5%)가 내렸다. 국제유가 하락이 반영됐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7월부터 정부의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폭이 축소하면서 줄곧 내림세를 보이던 다목적승용차(2.2%) 가격은 올랐다. 수입승용차(3.1%)와 기능성 화장품(7.3%), 구두(6.3%), 운동용품(14.9%) 등도 1년 전보다 상승했다.
전기·수도·가스는 도시가스(-10.3%), 지역난방비(-2.6%)는 내리고 상수도료(0.3%)는 올랐다.
서비스 부문은 1년 전보다 0.8% 하락했다. 1999년 10월(-0.9%)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공공서비스(-6.6%)는 내리고 개인서비스(1.4%)는 오른 가운데 집세(0.5%)가 껑충 뛰었다. 2018년 8월(0.5%) 이후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세(0.6%)는 지난해 2월(0.6%) 이후 1년8개월 만, 월세(0.3%)는 2016년 11월(0.4%) 이후 3년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정부가 밀어붙인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전세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시장 상황이 통계에 반영된 셈이다.
▲ 통신비 지원.ⓒ연합뉴스
공공서비스는 외래진료비(2.4%), 치과진료비(3.1%)는 오른 반면 고등학교납입금(-74.4%)과 휴대전화료(-21.7%)가 내렸다. 휴대전화료는 정부의 통신비 2만원 지원이 영향을 끼쳤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된 1996년 1월 이후 역대 최대 하락 폭이다.
개인서비스는 보험서비스료(8.1%)와 공동주택관리비(6.8%), 구내식당식사비(2.4%)가 올랐다. 반면 학교급식비(-51.3%)와 병원검사료(-9.3%), 가전제품렌탈비(-8.4%), 해외단체여행비(-5.4%)가 줄었다. 서비스 물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외식 물가는 1.0% 올랐다.
▲ 긴 장마 탓에 치솟는 밥상 물가.ⓒ연합뉴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따른 물가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려고 작성한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1% 상승했다. 앞선 9월보다는 0.5% 하락했다. 지난 4월(0.3%) 이후 소폭이지만 오름세를 이어왔으나 1.0%를 넘지 못하고 상승 폭이 0.1%로 크게 둔화했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지난해보다 0.3% 내렸다. 지난 6월(0.2%)부터 넉달 연속 이어오던 오름세를 마감했다. 1999년 9월(-0.4%) 이후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체감물가를 파악하려고 지출 비중이 크고 자주 사는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보다 0.7% 하락했다. 식품(4.7%)은 오른 반면 식품 이외(-3.9%)는 내렸다.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9.9% 상승하며 마이너스 물가를 저지했다. 생선·해산물 등 신선어개(6.3%)와 신선채소(20.3%), 신선과실(28.9%) 모두 올랐다.
지역별 등락률을 보면 충남(0.6%), 인천(0.5%), 전남·경남(0.4%), 경기·제주(0.3%), 서울·전북(0.2%), 강원(0.1%) 등은 상승했다. 반면 부산·울산(-0.1%), 광주·충북(-0.2%), 경북(-0.3%) 등은 하락했다. 대구·대전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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