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 항공사의 마일리지가 통합되면 항공사 제휴 신용카드의 시스템도 모두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적인 항공 관련 신용카드로는 현대카드·대한항공의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를 비롯해 ▲신한카드 에어(Air) ▲우리카드 카드의정석 프리미엄 마일리지 ▲삼성카드 앤 마일리지 플래티늄 ▲하나카드 마일 1.8 등이 있다.
아시아나항공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마일리지를 소진하기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가치가 떨어지기 전에 미리 내년도 항공편이라도 사둬야 한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제휴카드를 사용하는 A(42)씨는 "내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종식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지금껏 힘들게 모은 마일리지라 디밸류(devalue·평가 절하)되기 전에 내년 8월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를 미리 발권 받아뒀다"고 했다.
두 항공사의 ‘항공동맹’이 다른 점도 이런 움직임을 부추겼다. 현재 대한항공은 에어프랑스·델타항공 등과 함께 ‘스카이팀’ 소속이고, 아시아나항공은 루프트한자·유나이티드항공 등이 가입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다. 고객들은 마일리지로 각 사 동맹 내 항공사 티켓을 발권할 수 있다. 만약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스카이팀보다 규모가 큰 스타얼라이언스를 탈퇴하게 된다면, 통합 후엔 더 많은 발권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제휴카드 소비자 사이에선 같은 비율로 통합될 가능성에 대한 불만이 제기된다. 대한항공 제휴카드 소비자 B(28)씨는 "대한항공 마일리지는 상대적으로 현금을 더 쓰고 적립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서 이용해온 건데, 아시아나 마일리지와 같은 비율로 합쳐진다면 조금 억울할 것 같기는 하다"고 했다.
항공사로부터 마일리지를 사들여 카드 소비자에게 실적만큼 지급하는 카드사 입장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한 카드 회원이 카드 실적으로 8000마일리지를 적립했다면, 카드사는 그만큼의 마일리지를 매달 말 항공사로부터 구입해와야 한다. 카드사 관계자는 "구입 비용은 카드사별로 다르겠지만 두 회사의 마일리지 단가가 다르다. 만약 같은 가치로 두 마일리지가 통합된다면 결국 카드사의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마일리지 적립 기준은 카드사와 항공사간 개별 계약 조건에 달린 건데, 앞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친 거대 항공사가 협상 대상이 된다면 카드사는 협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지금보다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마일리지 혜택이 축소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일리지 통합과 그에 따른 카드사 개편 작업은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0일 "마일리지가 통합되려면 일단 합병이 돼야 하는데, 합병 시점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은 상황"이라며 "실제로 양사에 마일리지가 얼마나 남아 있고, 언제 만료되는지 등 실사를 통해 양사 기존 회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합리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했다. 올 2분기 기준 누적 마일리지 규모는 대한항공이 2조504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8415억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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