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실시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 3개 단지 동시분양 청약접수 결과다. 분양시장의 새 기록을 세웠다. 역대 최고였던 2006년 판교신도시 기록을 깬 ‘청약 광풍’이다. 판교 민영주택 신청자가 45만여명이었고 평균 경쟁률이 135대 1이었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과천 지식정보타운 청약 결과
평균 359대 1, 최고 1813대 1
실수요보다 청약 가수요 많아
로또 당첨자 독식 부작용 우려
단지별 기준으론 S1블록(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이 534.9대 1로 역대 3위(1위 2006년 판교 풍성신미주 682.9대 1)였지만 주택형별 경쟁률에선 1, 2위를 차지했다. S1블록 84㎡(이하 전용면적)의 B, A타입이 각각 1812.5대 1과 1169.3대 1였다.
그동안 분양시장 ‘패자’였던 청약가점 저점자와 1주택자가 대거 몰렸다. 지난달 민영주택에 처음 도입된 생애최초 특별공급 경쟁률이 282.1대 1을 나타냈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청약가점에 상관없이 추첨으로 뽑는다.
과천지식정보타운 56만여명 신청
‘로또’ 분양시장의 현기증 나는 청약경쟁률은 주택시장의 일그러진 자화상이다. 로또 액수가 10억대로 커지고, 세 자릿수 청약경쟁률이 일반화하면서 로또 분양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사적인 과천지식정보타운 청약접수 결과는 분양가와 주변 시세 간 막대한 차익(로또) 기대 때문이다. 1조5000억원. 1인당 평균 9억원. 과천지식정보타운 총 ‘로또’ 금액이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추정한 금액이고 앞으로의 추가 집값 상승을 반영하면 10억원이 넘는 셈이다.
지난해 도시근로자 3인 가구 기준 평균 연 소득이 6700만원이다. 10억원이면 15년을 한 푼 쓰지 않고 꼬박 모아야 만질 수 있는 돈이다.
집값 급등과 가격 규제에 따른 분양가 제자리걸음이 청약 열풍을 낳았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같은 공공택지에선 분양가상한제가, 서울에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가 분양가 발목을 잡으면서 분양 시세차익이 커졌다.
HUG·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2017년 9월 대비 서울 분양가가 24.7% 오르는 사이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배가 넘는 59.2% 뛰었다. 시세와 분양가 격차가 14%에서 46%로 커졌다. 84㎡ 기준 시세차익이 46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9배 정도 늘었다.
8월부터 서울 등 도심에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로또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HUG 가격보다 10~20%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 분양가가 지금보다 10%만 더 내려가도 시세차익이 5억원이 넘는다.
전매제한 강화 후 경쟁률 더 올라
상한제 시행 전 최고 경쟁률이 31대 1이었던 강동구 상일동에서 지난달 상한제 단지인 고덕아르테스미소지움이 537대 1을 기록했다. 이 단지의 전매제한 기간이 이전(3년)의 2배가 넘는 8년이었다. 김정아 내외주건 상무는 “청약자는 로또가 얼마인지만 관심을 두지 전매제한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거 강화된 전매제한이 주택경기가 가라앉았을 때 쉽게 완화된 학습효과도 전매제한 강화의 효과를 반감시켰다. 전매제한 완화는 소급적용돼왔다.
정부가 분양가 규제로 기대한 집값 안정 효과는 빗나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강남 4구 등 서울 27개 동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으로 지정한 후 KBS 1TV 뉴스에 출연해 “이전 8·2(2017년), 9·13(2018년) 부동산 대책을 통해 조세나 청약제도 등을 정비했다면 이번 분양가상한제는 마지막 퍼즐"이라며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으니 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후 1년도 지나지 않아 토지거래허가제 등 이전보다 더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내야 할 정도로 시장이 불안하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상한제를 통한 저렴한 주택 공급이 가물에 콩 나듯 이어서 기존 집값을 낮추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존 시세와 같아지면서 로또가 됐다”고 분석했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이 주택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서울에서 일반분양물량은 많지 않다. 2013~17년 연평균 서울 주택매매거래량이 18만 가구인데 일반분양물량은 10%인 1만8000가구 정도다. 신규 분양으로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데 2018년 이후 더욱 줄었다. 2018년 1만여 가구, 지난해 1만4000여 가구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도 9월까지 1만 가구다. 올해 서울 주택매매거래량이 늘어 9월까지 14만여 가구로 지난해 연간 거래량(13만여 가구)을 넘어섰다.
주택 수요가 늘어나는데 신규 분양물량이 줄어 청약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까지 서울 청약경쟁률이 68대 1로 지난해(31.6대 1)의 2배가 넘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이 필요한 수요 외에 로또를 노린 가수요가 가세하며 청약과열이 빚어지고 있다”며 “로또 분양이 ‘묻지 마 청약’의 과잉 수요를 낳았다”고 말했다. 분양시장이 무주택 실수요의 내 집 마련 기회보다 대박을 노린 투기판으로 전락한 셈이다.
‘당첨자 독식’의 극소수 로또 독점은 주택시장을 왜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양극화도 부채질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10년 이상 땀 흘려 벌어도 모으지 못할 금액을 한순간에 차지하는 게 정당한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내 집 마련보다 대박 노린 투기판
시세차익 환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시세차익을 당첨자가 혼자 차지하지 않고 사회가 공유하는 식이다. 과거 판교 등에서 85㎡ 초과 중대형의 시세차익을 채권으로 환수하는 채권 입찰제가 시행된 적이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개인이 독점하기에 시세차익이 너무 커졌다"며 “분양 시세차익을 서민 주거안정 등을 위해 쓰는 게 공공의 이익에 더 부합한다”고 말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 시세차익 1조5000억원이면 60㎡짜리 소형 임대 아파트 1만 가구의 건축비로 쓸 수 있는 돈이다. 시세차익이 줄어들면 분양시장이 실수요 위주로 재편돼 청약 거품도 제거될 수 있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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